영으로부터 날아온 두 번째 이야기
2025.0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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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의Morgan Housel
한 해의 절반이 지났습니다 바쁨 속에서 살고, 한가함을 그리워합니다
며칠 전에 첫 번째 이야기를 보낸 것 같은데, 벌써 두 번째 이야기를 발송할 시간이 돌아왔다니 놀라워요. 맞아요.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 번째 이야기를 써야 할 때가 곧 다가오니 미리 초안을 써 두자고 다짐을 해 놓곤 까맣게 잊어버렸거든요.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출근 후에 제일 먼저 뉴스레터를 작성해야지 하곤 다시 까맣게 잊어 이제서야 글을 적고 있답니다. 가끔은 이런 날 것의 글들도 있어야 재미있지 않겠어요?
요즘 들어 시간이 더욱 빠르게 흐르고 있는 것만 같아요. '이제야'라는 말보다는 '벌써', '어느새'라는 말이 친근한 하루를 살고 있어요. 일상은 꽤나 루틴하게 흘러가는데, 각 장소에서 보내는 시간은 왜 이토록 빠르게만 흘러가는 걸까요? 의문이에요.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한 뒤 집을 나서면 오전이 지나있고, 찻집에 도착해 몇 가지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저물어 있어요. 마치 첫 번째 이야기와 두 번째 이야기를 보내는 시간만큼이나 말이에요.
바쁘다는 건 그만큼 일이 많다는 거니, 좋은 것 같기도 하면서, 잊는 것들이 자주 생겨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더니, 사람의 감정도 비슷한가 봐요. 몇 년, 몇 달, 며칠, 몇 초의 간격으로 보게 되는 양면 중에서 우리는 어떤 면을 보고 살아야 하는 걸까요? 하루의 속도가 빨라지고 나서부터 답이 없는 물음이 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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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hoty by 0
남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따뜻함에 관하여 취향이 또렷한 사람임을 바랐습니다
취향을 안다는 건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에요. 한 사람을 떠올렸을 때 머리에 스치는 색상, 스타일이 있다는 건 그래서 어려운 일이죠. 그만큼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했어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래서 남에게 무언가를 선물할 때는 늘 고민이 되어요. 이 사람이 진짜 이걸 좋아할까? 그 사람의 스타일일까? 따위의 고민이 이어지니 말이에요.
신기하게도 최근 찻집을 찾는 분들 중에 선물용 자사호를 문의하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자사호는 조형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고전 조형이라고 불리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조형들이 있고, 이걸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조금 변형한 조형들이 있고,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조형들도 끊임없이 생겨나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자사호를 선물한다는 건, 차를 선물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 되곤 해요. 변수가 너무 많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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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찻집에는 오늘도 선물용 자사호를 찾는 분들이 다녀가셨어요.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자사호를 선물한다는 건, 그만큼 받는 이의 색이 뚜렷하다는 말이 되기도 하고, 주는 이가 그를 귀하게 여긴다는 뜻이 되기도 하는 거겠죠. 내가 그의 귀한 면을 보고, 그렇게 보는 면들을 귀하게 여기고, 아끼기에 취향을 그토록 분명히 알 수 있는 거니까요.
내가 아끼는 이의 취향을 잘 모르더라고, 이게 그의 취향과 가까울 것이라는 부단한 고민과 애정이, 그저 자사호 하나를 포장하는 제게도 느껴질 정도라면, 무엇을 선물하더라도 결국 그의 어딘가엔 닿아 있을 것만 같아요. 나를 그렇게 아껴주는 이가 있고, 그렇게 챙겨주고 싶은 이가 있다는 건 인생의 큰 축복임이 분명해요. 그들을 지켜보는 건 찻집 사장의 행복임에 분명하고요. 오늘도 손끝에 사랑과 애정과 고마움을 모두 담아 택배를 발송했습니다. 보내는 이의 마음까지 그곳에 잘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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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감정 : 귀여움 출근길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들
회사를 다닐 때는 지하철을 잘만 타고 다녔는데, 회사를 나온 뒤부터는 웬만하면 버스를 타고 있어요. 이동 시간이 가끔 2배까지 늘어나기도 하고, 버스 안에서 책을 못 본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지만, 버스만이 주는 어떤 여유로움 같은 게 있더라고요. 긴 이동 시간도 나름 여행을 하는 거라며 즐겁게 보내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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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비슷한 시간에 같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보니, 이동 시간에 새로움이라 할 만한 건 없어요. 그래도 가끔 이렇게 귀여움을 선물 받는 때들이 있죠. 하차문을 지키고 있는 카피바라와 누군가가 붙여 놓고 도망간 스티커가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 줍니다. 여러분도 찾아보세요. 내 일상을 선물처럼 만들어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부지런히 찾다 보면 선물 같은 하루도 늘어날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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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으로부터 두 번째 이야기를 마치는 문장
기도합니다.
고통의 끝엔 고통의 무게만큼의 깨달음이 존재함을,
가장 사소한 것의 소중함을,
간절히 바란 것은 이미 가졌음을,
그리고 나의 기도가 이미 이루어졌음에 감사합니다.
🔖 <천국보다 아름다운> 드라마 중
최근에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속 문장이에요. 처음엔 그냥 뻔한 드라마인가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반전이 있더라고요? 시간과 여유가 되실 때 한번 봐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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